연애는커녕 여자와 말 섞어본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안난다는 막강 모태솔로 삼인방을 만났다.
인터뷰는 한숨으로 끝났다.
|
“내가 이럴 줄은 몰랐다” 신문기사 헤드라인이 아니다. 서로 잘 아는 사이도 아닌데 짜고 친 듯 모태솔로 셋은 하나같이 이렇게 대답했다. 본인이 연애 못하는 남자가 될 줄은 몰랐다고. 연애. 청춘의 특권을 넘어서 의무가 되어 버린 지금. 국방의 의무만큼 신성한 의무를 저버린 이 시대의 청춘들을 한 대학가 술집에서 만났다. 참 누추한 만남이다. 억대 청년 CEO도 판치는 이 세상에 고작 모태솔로라니. 만남의 시작은 이렇다. 서울의 Y대학 도서관 앞. 누군가를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솔로 8500일 돌파를 축하하는(?) 현수막이었다. 다들 킬킬대며 웃고 지나가는데 그들과 감정을 공유하지 못하고 애써 고개를 돌리는 P(26세, 할머니손, 엄마손 이후로 여자와 손도 못 잡아봤음)가 있었다. 속이 까맣게 타 들어가는 기분이었단다. 마치 현상수배범 포스터에 본인의 얼굴이라도 발견한 듯이. 그렇다. 그는 죄인이다. 노희경 작가가 이미 그의 에세이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를 통해서 이 땅의 모태솔로들이 죄인 중의 대역죄인임을 굳이 책을 출판하면서까지 알렸으니까.
“일본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있죠? 저는 그거 보고 웃으면서도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드는 거예요. 그래도 저 주인공은 결혼만 못할 뿐이지 연애는 수없이 해봤을 거란 생각을 하니...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웃을 자격도 없는 것 같아요. (함께 날아가는 창밖의 새를 가리키며) 한낱 꾀꼬리도 암수 서로 노니는데...이러다가 결국 연애다운 연애 못해보고 선이나 보게 될까봐요...” 자주 말끝을 흐리는 P씨. 연애 못하는 남자의 특징 중 하나다. 바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다는 거다. 사기를 칠 필요는 없지만 굳이 자신을 깎아 내릴 필요는 더더욱 없다. 이런 유형은 대게 여자가 한번 튕기기만 해도 ‘아 역시 난 아닌가봐...’ 하며 먼저 여자가 다가오길 기다리는 쪽이 많다. 이는 바로 모태솔로를 지나 영구솔로 가는 지름길이다. 반면 K씨(26세, 여자에게 시간과 돈을 잘 쓰나 그걸로 끝)의 경우에는 좀 다르다. 여자를 만나는 데에 전혀 부담이 없다. 그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나조차도 그가 왜 모태솔로인 이유를 집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는 법. K씨는 차별 없이 모든 여자에게 잘해줬다. 그에겐 여자라면 인종도, 국적도 그리고 종교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의 사랑은 마치... 테레사 수녀! 마치 종교인의 그것과 같았다. 그는 같이 밥을 먹으면 득달같이 달려 나가 카운터에서 본인이 계산을 하는 것을 문화 시민의 미덕으로 알았다. 항상 상대의 말을 귀 기울여 들었고 지난주 뿌리염색을 했다는 사소한 일도 기억해냈다. “모든 여자들에게 이렇게 잘해주는데, 그중 한명쯤은 인연이 닿을 줄 알았어요.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아이고 이보게 K! 무조건 잘해준다고 연애가 되겠는가. K는 단지 ‘좋은 오빠’로 남을 거다. 그것도 평생.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나쁜 남자가 되라는 것은 아니다. 이미 한번 각인된 이미지는 바꾸기 쉽지 않다. 앞으로 만나는 인연에겐 본인의 감정에도 높낮이가 있고 행동에 강단이 있는 본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길 권했다.
제일 심각한건 A씨(27세, 여자 화장품 냄새조차 기억을 못함)였다. “왜 남자가 데이트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거죠? 저는 그런 게 연애라면 하고 싶지도 않아요. 그런 불공정거래가 어디 있어요” 금융권 지망생 경영학도인 A씨는 경영학 마인드로 똘똘 뭉쳐있었다. 회사입장에서는 훌륭한 인재일수도 있겠으나 연애에 있어서 등가교환을 바라는 건 적절하지 못하다. 비단 연애뿐인가. 인간관계에서 경제학적 법칙이 들어맞을 리 없다. A는 연애 자체를 ‘비효율적인 것’으로 보고 있었다. 굳이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차라리 그 돈으로 나이키 운동화를 더 사겠단다. 언제부터 A가 나이키 마니아였나. “저도 알죠. 남들이 나 이상하게 보는 거요. 사실 스물일곱에 연애 한 번 안 해봤다고 하면 잘 믿지도 않고 이상하게 봐요. 그냥 두어 번 했다고 대답하는데 그때 그 순간 제가 굉장히 작아져요. 그래서 연애를 다른 부분으로 채우려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운동을 열심히 해요. 사실 연애, 해봐야 되겠다고 생각하긴 하는데...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나도 모르겠다. 연애에 대한 마인드를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어느덧 김치찌개가 바싹 졸았다. 우리는 찬물을 붓고 찌개를 다시 끓였다. 소주를 이효리처럼 흔들어도 흥이 나질 않았다. 내 주제에 가르침이라고 미약한 경험과 귀동냥으로 들은 연애의 노하우를 다 쏟아냈지만 분위기가 이상하다. 그렇다. 이미 이들은 이런 이론은 주위에서 수천 번, 수만 번은 더 들었던 것이다. 한숨을 쉬었다. 그게 나였던가. P였던가. 밤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그들의 모태솔로 인생이 9000일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기획 신정인 기자 글 이광수 일러스트 김민지]
'연애 SKill'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자를 꼬시는 방법 네가지 (0) | 2016.01.22 |
---|---|
여자가 먼저 고백하면? (0) | 2016.01.21 |
스킨십하다 뺨안맞으려면 지켜야할 3가지 (0) | 2016.01.19 |
연애 초반 이렇게 하면 차인다. (0) | 2016.01.19 |
여자가 남자를 꼬시기 위한 행동 (0) | 2016.01.18 |